바보 이야기

일반자료 2022. 11. 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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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이야기

한 마을에 바보 소년이 살았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바보 소년만 보면 ˝와! 바보다˝ 하며 마구 때렸지요.

바보 소년은 마을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기만 하면 때리는 아이들이 친구가 되어 줄 리 없었습니다. 어쩌면 바보 소년은 일부러 맞고도 가만히 있는지도 모릅니다.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것보다 맞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았나 봅니다.

오늘도 바보 소년은 아이들에게 실컷 맞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 함께 놀자고 했다가 죽도록 얻어맞은 거지요.

˝어떻게 바보하고 놀아?˝
˝너 죽고 싶어?˝
˝이 더러운 게 누구더러 친구 하자는 거야?˝
하며 마구 때렸습니다. 그래도 바보 소년은 히죽 웃으며

˝히히! 그래도 나랑 친구 하자. 나랑 놀자˝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돌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아무렇지 않게 맞아 온 바보라지만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소년이 간 곳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자신의 집이었습니다. 집이라고는 하지만 문짝 하나 제대로 달리지도 않은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이 바보 소년의 안식처였지요.

아무도 없는 빈집. 바보 소년은 슬펐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맞아서가 아니라 외로워서였지요. 바보 소년의 눈에선 슬픔이 흘러내렸습니다. 바보 소년은 꿈속에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노는 꿈을 꾸길 바라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도 바보 소년은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전날 그렇게 얻어맞은 걸 잊었나 봅니다. 바보 소년은 언제나처럼 누런 이가 드러나도록 히죽 웃으며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얘들아! 나랑 놀자. 나랑 친구가 되자˝ 라고 말이에요. 그러자 아이들은

˝이 바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오늘은 정신이 들도록 때려 주겠다.˝ 하며 또 마구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불쌍한 바보 소년은 맞으면서도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러자 한 아이가 무슨 생각이 있는지 아이들을 말리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좋아. 너랑 친구가 되어서 함께 놀아 줄게. 단, 조건이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어때? 싫으면 관두고.˝ 그 말을 들은 바보 소년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좋아. 뭐든지 시켜만 줘.˝ 바보 소년은 그 아이의 마음이 변할까 봐 즉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인

˝그럼 내일 아침에 여기로 다시 나와˝ 라는 말을 내뱉고는 아이들과 가 버렸습니다.

바보 소년은 빨리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일찍 집에 가서 잠을 자야 빨리 내일이 올 수 있으니까요. 소년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생긴다는 설렘 때문이었죠.

소년은 새벽까지 친구들과 노는 상상을 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소년은 다음 날 늦게 일어났습니다. 바보 소년은 아이들과 했던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재빨리 전날 약속 장소로 뛰어갔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날 소년에게 조건을 말한 아이가 소년의 뺨을 때리며,

˝이 바보 자식아, 왜 이리 늦게 와? 혼나고 싶어?˝라고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바보 소년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히죽 웃으며,

˝히히……미안해. 한 번만 용서해 주라˝며 사과를 했습니다.

바보 소년의 웃음을 본 그 아인 더 때리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는지

˝따라 와!˝ 하며 아이들과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아이들은 바보 소년을 마을 구석 한 헛간으로 데려갔습니다.

˝오늘 저녁때 마을 아저씨들이 여길 불태운다고 했어. 오늘 네가 헛간 안에서 헛간이 다 탈 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친구가 되어 줄게˝라고 그 아이가 말을 했습니다.

그 헛간은 마을 공동 헛간이었는데 너무 오래돼서 마을 사람들이 불로 태우고 새로 지으려고 했습니다.

바보 소년은 헛간의 한구석으로 들어가서 웅크렸습니다. 이윽고 저녁이 되었습니다.

헛간 주위에는 불타는 헛간을 구경하려고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습니다. 그중에는 불타는 헛간을 뛰쳐나올 바보 소년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끼어 있었습니다. 마을 어른들은 헛간 곳곳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바보 자식 이제 곧 뛰쳐나오겠지˝,
˝뜨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꼴 좀 보자˝,
˝나오기만 해봐라. 이번에는 단단히 혼을 내주겠어.˝라며 각자 바보 소년을 골려 줄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헛간은 반쯤 타들어 갔습니다.

바보 소년이 도망 나올 거로 생각했던 아이들은 바보 소년이 뛰어나오질 않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바보가 왜 안 나오지? 벌써 도망갔나?˝ 불길은 더 거세어졌지만, 바보 소년은 나오질 않았습니다.

한편, 헛간 안에 숨어 있던 바보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소년이 잠에서 깨었을 땐 이미 헛간 안은 불바다가 되었지요.

바보 소년은 무서워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순간 아이들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헛간이 다 탈 때까지 견디면 너랑 친구 해 줄게.˝ 이 말이 계속 귀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불바다가 점점 소년에게로 다가왔고 볼 파도는 소년의 몸에 닿을 듯했습니다. 소년은 무서웠지만, 친구가 생긴다는 생각에 계속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밖에서 바보 소년이 도망 나오길 기다리던 아이들은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 바보가 정말 견딘다는 그거 아냐?˝,
˝벌써 죽은 건가?˝ 아이들은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마을 어른들에게 헛간 안에 바보 소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을 어른들은 처음엔 아이들이 장난하려고 거짓말을 한 줄 알고 믿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울면서 전날 바보 소년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그제야 아이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서둘러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재빨리 물을 길어다가 불길을 잡으려 했기만 쉽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헛간이 거의 다 타 버려서 불길이 약해지자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바보 소년이 틀림없이 죽었을 그거로 생각하고 시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헛간 구석에서 시커먼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보 소년이었습니다. 웅크리고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아직은 살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상이 너무 심해 곧 죽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도 기적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바보 소년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어른들 사이를 헤집고 아이들이 바보 소년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보 소년에게 조건을 내걸었던 아이가 울면서,

˝이 바보야 그런다고 정말 계속 있으면 어떻게 해?˝하고 말을 했습니다.

그제야 바보 소년은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폈습니다. 자기 곁에 항상 친구가 되고 싶었던 아이들도 있다는 걸 알았지요.

바보 소년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히죽 웃으며 말을 했지만, 힘이 없었습니다.

˝히……나…야.…약속…지켰…지? …이제…우…우리…치…친구 맞지?˝
˝그래 우린 인제 친구야. 이 바보야˝ 아이들은 울먹였습니다.

˝그…럼…이제…나…나랑…노…놀아 주…주…줄……˝

바보 소년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바보 소년의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남아 있었습니다.
친구란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름입니다./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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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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